첫번째 노가다 후기 - 개인현장
2017.04.07
새벽 5시 50분 / 집 근처에 있는 인력 사무소에 도착했다
어느정도 상상은 했지만 거리엔 상상 이상으로 사람이 없었다..ㅠㅠ
(환경미화원분들만 2분 봤음)
힘차게 아자! 하는 느낌으로 사무실 문을 열어 들어왔는데
내가 1등이였다.. (원래 5시 반에 도착 할 생각이여서 늦은 줄..)
노가다 인력사무소는
일거리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으며 사무실 소장님이 지명하여 보내주신다
마치 판타지 만화에 자주 나오는 소재인 용병 길드소 같은 느낌 ㅋ....
아무튼 이름을 불러주는건 나름의 우선순위가 있는데
성실히 자주 나오시는 분
일찍 오는 사람 (선착순)
그래서 첫 날엔 일을 못 받고 그냥 집으로 투덜투덜 걸어올 확률이 크다
내가 젊어서 신기했는지.. 소장님이 부르시더니
상담 (...) 을 받았다
상담을 열심히 받는 도중에 6시 10분 정도가 되니 사람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
긴 상담이 끝나고 쇼파에 가서 대기를 했는데 7시 정도가 되니 사람들이 어느새 8명이 되었다
생각보단 적은 인원이였는데, 이유는 여기 인력 사무실이 생긴지 한달도 채 되지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7시 10분쯤에 첫 팀(3명)이 출발을 하고
난 고개를 TV에 고정한 채 의미없는 지역광고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역광고에 빠져들고 있을 쯤 어느새 나를 제외한 모든 인원은 출발을 했고..
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속으로 어쩔 수 없지 뭐! 라는 자기 위로를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소장님이 막내야 삽질하러 가자! 라고 하셨고
그와 동시에 일을 한다는 신남과 걱정이 동시에 떠올랐다
7시 40분에 소장님이 차를 태워주셔서 출발
중간에도 인생상담은 계속 되었고
아침 안먹었지? 라는 소장님의 말씀에
정말 신나는 큰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
밥은 함바식당에서 먹게되었는데
함바식당이 뭐지..뭘까 했는데
그냥 함바식당이라고 써있었다 아직도 뭔지 잘 모름
(기사식당 같은 느낌인가..)
밥은 먹고 싶은 만큼 퍼서 먹는 시스템인데
기대를 안해서 그런가 군대 짬밥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몹시 맛있었다
(계란후라이도 나옴)
소장님은 전화가 계속 와서 통화 하시느라 밥도 제대로 못 챙겨드셨다..ㅠㅠ
함바식당에 들어갔을 때 건장한 체구의 남자 한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는데
촉이 딱 와서 소장님께 여쭤보니 오늘 나와 같이 일을 하게 될 형님이라고 했다
(차가운남자일 것 같아서 긴장함)
8시 20분 밥을 다 먹고 드디어 일 하러 간다고 생각하니
이미 밥을 먹었기 때문에 정말 돌이킬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함바식당과 일터는 가까운거리여서 8시 30분 안되서 도착! ㅎㅎㅎ (아이신나)
가자마자 컨테이너 박스에 있는 책임자 같은 분을 뵙고
전투복장으로 갈아입었더니!
바로 일 시작인 듯 했다
책임자 아저씨가 저쪽에 있는 장비 2개 챙겨서 가져가라고 퉁명하게 말씀하셨고
소장님이 힘 써주셨기 때문에 열심히 하자고 마음 먹은 나는
장비 들고가는 것도 열심히 하는 것 처럼 들고 가기 시작했다
근데 왠걸.. 생각보다 무거운 것이다 ㅠㅠ
드릴 같은 장비와, 원형 전기톱날 같은 장비였는데
앉아서 컴퓨터만 하며 살아온 집돌이에겐 충분히 부담스러운 무게였다..
일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무거워서 공포와 불안감을 몹시 느끼며 현장으로 갔더니
그 시크한 형님이 보도블럭을 거둬내고 계셨다
나를 보더니 저쪽으로 차곡차곡 정리 하라고 하셨고
이건 그래도 가벼워서 차곡차곡 정리해나갔다 (그래도 땀은 남)
저 보도블럭들을 거둬내셨음 (붉은색, 살구색, 노란색 전부..)
그러다 무슨 이상한 콘크리트 블록을 차곡차곡 실은 트럭 한대가 왔는데
형님은 바로 그쪽으로 가셨고
나도 당연히 그쪽으로 달려갔다
원래대로라면 그 블록들은 장비로 들어서 옮겨야 했지만
형님은 양이 적으니 그냥 옮기자고 하셨다.....
내가 몹시 비실해보여서 그런지
형님과 트럭 기사분 두분이서 바닥으로 던지기 시작하셨고
나는 그 던져진 블록을 옮기는 작업을 했다 (같은 곳에 던지면 안되니까)
옮긴다고 한다면 상식적으로 들어서 옮기는게 맞지만
도저히 혼자 들 수가 없는 무게였다....(60키로 라고 함)
내 몸무게보다 무거운 녀석을
흙바닥이라서 굴리기도 정말 너무 힘들었는데 ㅠㅠ
강한 남자 두분은 빠른 스피드로 끝내셨고
난 일 시작한지 1시간도 안되서 땀으로 적셨다
문제의 60키로 블록
힘이 딸려서 뒤죽박죽 굴렸더니
예술작품이 하나 탄생함
아 그리고 처음에 있던 우려완 달리 형님은
정말 부드럽고 상냥한 남자였다 ㅠㅠ
수시로 배려해주고 알려주고 신경써주심.. 짱짱
듬직한 형님의 뒷 모습
저쪽 끝이 현장(지옥)으로 가는 길
보도블럭을 까내면 초록색 노끈 같은게 나오는데
그걸 포함한 주위 쓰레기들 마대 자루에 담았음
(마대라고 해서 마포 들고 갔다가 형님이 웃으심)
쓰레기들이 담긴 섹시한 포대의 모습
기공(기술자)이 아니기 때문에
역시 잡다한 일을 하게 되었다
(쓰레기, 자재 정리, 도구 갖다 드리기, 뭐 옮기기, 삽질, 콘크리트 섞기 등..)
군대 갔다왔으니 삽질은 잘하지? 라며 책임자 아저씨가 나에게 여쭤보셨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 공군 전산병을 나왔다는 사실은 뒤로한채
큰 소리로 네! 라고 외치며 삽을 집어 들었다
만만하게 봤던 삽질은.. 흙이 생각보다 단단해서 ㅠㅠ
점점 힘들어졌고 책임자 아저씨가 자리를 떠난 뒤
결국 삽 하나를 뿐지르고 말았다 ㅎ....
뿐지른 삽 사진
깨끗한 절단면이 보이는가?
여긴 개인현장이고
다이소 같은 뭐.. 그런 느낌의 아울렛 매장을 만드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엄청 넓었음)
공사는 거의 끝났고
오늘 내가 했던 작업은 땅을 파서
시멘트를 깨고 부수고 해서 테트리스를 한 뒤
배관을 이어넣고 부쉈던 시멘트를 다시 땜빵 하는 작업이였다
저기 저 구멍이 보이는가.. 저 곳으로 배관이 들어가게 되는데
형님이 망치로 부쉈음 상남자
저기 저 양동이는 나중에 콘크리트를 섞을 양동인데
이전에 누가 백색 시멘트를 쓰고 제대로 안 털어놔서 온통 하얀색
왼쪽에 있는 시멘트는 물이 흘러내려오는 뭐 그런거 같은데
저것도 각도에 맞춰서 테트리스
여기까지 하고 시간이 점심시간이 되었다고 밥 먹으러 가자고 하셨는데
보통 점심시간이면 12시 이기 때문에 벌써 12시?! 하고 핸드폰을 봤더니
11시 40분(시무룩) 이였습니다..
형님도 나도 너무 힘들어 10분정도 휴식 후 11시 50분에 점심 먹으러 출발했습니다
장소는?!
역시 함바집! ㅎㅎㅎㅎ!
그래도 아침을 정말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설렌 마음으로~
도착했지만 아침보단 아쉬운 ㅠㅠ 계란후라이가 없어서 그런듯
점심 먹는 중에 갑자기 당구 이야기가 나와서
형님과 어떤 아저씨 둘이 밥먹고 당구 치러 간다고 했다..
책임자 아저씨는 응원역할로 같이 가시고
막내 너는 컨테이너에서 쉬라고 했음 (개꿀)
푹~ 쉬다가 12시 50분 일과 재시작!
원래 1시 시작이지만
그냥 내가 10분 일찍 움직였음~
이것도 배관이 들어갈 구멍인데 위에서 본 사진의 반대편구멍 이라고 보면됌
사진만 보면 진짜 무슨 동굴같네요..
들어가면 곰이 어흥 할거같다
무튼 저 구멍을 만들기 위해 원형 톱날 (글라인더?)로 자르고
망치로 부수고 튀어나온 철 자르고 해서 만든 동굴
자 드디어 (촌스러운 스타킹 같은) 배관을 구멍에 넣었습니다
동굴에도 넣었구요
보도블럭을 거둬내고 나온 초록색 천으로 저렇게 감싼 후
콘크리트를 바를 계획!
전체적인 현장 사진
콘크리트 작업이 일단 다 끝났습니다
동굴도 이젠 문을 닫았군요
콘크리트 작업이 끝나고 현장에 있던 자재를 정리 한 후
옷 갈아입고 퇴근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너무신나)
오후 5시 종료
깨끗 반질반질 했던 군화는 반나절만에 훈련소로 다시 복귀한 듯 했습니다
수고하셨다고 형님께 인사를 드리고
책임자 아저씨께도 수고하셨다고 말씀을 드리니 모자를 쓴 내 머리 위로
수고했다고 열심히 하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셨습니다 (츤데레의 정석)
그리곤 일터를 나와 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출발
오후 5시 40분쯤 사무실에 도착했더니
사람들이 13명 정도 있었다
돈 받고 그냥 가면 되는 줄 알고 소장님께 갔지만 조금 기다리라고 하심 ㅠㅠ
그리곤 기다리다가 쇼파에서 졸고..
소장님이 부르는 소리에 깨서 갔더니 현금으로 10만원을 주셨다
11만원에 10% 수수료를 제외한 9만 9천원을 받는게 원칙이지만
젊어서 이쁘게 봐주신듯 그냥 10만원 준다고 하셨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내일도 나오라고하심..!
솔직히 안힘들었다고는 말 못하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보람찼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택배 상하차에 비하면 이건 그래도 다음날 갈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긴 드니까...
그리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느끼는 점, 고된 일을 하고 느끼는 점, 일 하는 분들 보고 느끼는 점
모두 저한텐 귀중한 경험이고
생각보다 나쁜 분들이 없어서 의외였고
다른 단기알바
물류, 상하차완 달리 사람취급 인간취급을 해줬다는게 가장 기뻤습니다
일급도 더 컸구요!
힘들거 같아서 고민하시는 분 정말 많겠지만
(저도 굉장히 상당했습니다)
다 사람 하는 일 이고
중간에는 속으로
일 하다가 쓰러지면 신고 정도는 해주겠지 라며 버텼던거 같네요
+ 마무리는 끝날 때 현장에 나타난 강아지 사진으로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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